십년 전 쯤에 여권을 만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십년 전 쯤이 맞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가족끼리 언젠간 해외에 나갈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미리 여권을 만들어 놓기로 한 것이다. 그 후로 십년 쯤 흐른 것 같은데, 그 동안은 내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해외에 갈 여력이 되지 않아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던 것을, 조금은 숨통이 트였나 사실 작년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전 세계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역병이 도는 바람에 해외는 커녕 제주도도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그렇게 장롱 속 어딘가에 있는 여권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어느새 만료일이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 벌써 만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장롱에서 여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