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대구 시내 약전골목 앞 텐퍼센트 커피에서 간만에 그냥 아무렇게나 쓰는 포스팅 쓰다보니 독후감이 되었네

[로일남] 2020. 7. 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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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알바를 마치고, 대구 시내 약전골목 앞 텐 퍼센트 카페란 곳에 와서 커피를 한잔 하면서 책을 읽고 있다. “부의 추월차선”이란 놈인데,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이런저런 사례를 통해 펼치고 있다. 평생 남이 주는 월급에 의존하는 서행차선의 삶에서 주체적으로 뛰쳐나와 수백만을 상대로 제공할 수 있는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뭔갈 하라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고무되는 측면이 있다. 추상적인 생각면에서는 내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리저리 재지말고 마냥 뛰쳐나와 뭐든 하라고 하고 있는데(그게 동네 구멍가게 같이 돈 안되는 일을 하란 말은 아니고), 나는 모험을 할 심정적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사업가로서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런 도전을 하고 있지 않다.

그나마 본업이 아닌 수익을 창출해내는 어떤 출구를 만들어놓고 싶어 이렇게 블로그로 글을 쓰며,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어쩌다 발생하는 광고수익을 내고 있었다. 회사원으로서의 미래는 계산기 두드리면 상한선이 다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한계가 없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섣불리 내 모든 걸 거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지 않으면서 심적 안정을 위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선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블로그라는 게 한 때 유행을 한 수익구조고, 지금은 포화가 되어 승산이 없는 영역이라 못을 박고 있었다. 새겨들을 부분도 있지만, 실제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와 나의 잠재적 가능성을 타진해봤을 때 마냥 저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이 영역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확천금의 영역이 아니라 내 모든 걸 때려박아 올인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꽤나 승산있는 캐시카우로 유지를 해두기로 결심했다. 성공한 사람의 좋은 조언을 귀막고 안 듣는 건 아니고, 새겨듣되 어떤 의도로 그런 조언을 했겠구나 정도만 짚고 넘어가려 한다.

저자인 엠제이 드마코는 차량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모스 닷컴(limos.com)의 설립자로, 30대에 자수성가를 했다고 한다. 허황된 꿈을 좇는다는 주위의 비웃음을 이기고, 정말 증명해 보인 청년 억만장자이다. 어떤 부자도 털어놓지 않는다는, 실제로 부자들이 돈을 벌게 된 방법들을 이야기해준다고 하는데 사실상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많다.

이야기들이 거창하지만 새로운 건 없다. 단지 그걸 실제로 추진한 열정 가득한 젊은이가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자기가 평범하다는 틀안에 가둬버리면, 애초에 발전할 가능성의 싹을 자르는 일이기에 그러지는 않겠다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용기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부자가 되었겠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평생 가도 타지 못할 꿈 속의 차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 빨리 돈 벌어서 여러대 사버려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부자의 마인드 세팅은 기저부터 다르다.

얼마 전 회사의 선배와 화사 차를 타고 외근을 하다, 지나가는 포르쉐 카이엔이 보이길래 내 저거 곧 탄다고 이야기를 했다. 뭐 근시일 내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이 서서 한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이야길 한 건데 선배는 바로 박장대소를 하면서 허황된 이야기로 못을 박아버렸다. 이런.. 괜히 실없는 소릴 한 꼴이 되었다. 실제로 이룬 후에 한 번 태워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좋다. 읽어볼만 하고, 당장에는 구체적으로 따라하지 못할지라도 동기부여가 어느정도 되는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대강 이야기해주는 거니까, 애초에 그 비기를 낱낱이 말해주는 건, 성공하는 과정 중에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거쳐왔던 수많은 결정과 판단들이 있기에 그 순간의 무드와 뉘앙스를 모두 독자들의 머릿속에 주입시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이미 성공했으니까, 성공한 인생선배가 적절하게 가감이 있는 성공 스토리, 그 중에 조금은 현실적인 조언을 전해주는 거니 잘 받아들이는 건 독자들의 몫일테다.

나는 나름 받아들였는데, 이 받아들인 게 내 삶의 태도를 바꾸는 데 기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많은 책들을 읽은 게 조금은 내 삶의 방식이나 생각에 영향을 끼치긴 했을 것이다. 내 본연의 방어적인 태도, 과감하지 못한 태도를 발휘하면서도 저자가 이야기해주는 성공한 자의 지혜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 심적 여유가 남아있기를 바래야지.

이천원으로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약속시간까지 책 한권 읽으면서 이런저런 소릴 할 수 있는 여유있는 주말 오후다. 텐퍼센트 커피, 선곡도 좋고 공간도 좋고 마음에 든다. 이제 곧 주섬주섬 챙겨서 술한잔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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