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일반상식

판례 살펴보기, 채팅으로 대머리라고 놀리는 것이 사이버 명예훼손죄에 해당이 될까?

[로일남] 2020. 3. 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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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라고 놀리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을 갖고 놀리는 건 치사한 짓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갖고 있다. 키가 큰 사람, 키가 작은 사람, 곱슬머리, 직모, 탈모인, 뚱뚱한 사람, 마른 사람, 입냄새가 심한 사람, 땀이 많이 나는 사람, 시력이 나쁜 사람, 비염이 있는 사람, 여자의 경우 가슴이 큰 사람, 가슴이 작은 사람과 남자의 경우 성기의 크기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 등등 사람들이 가진 신체적인 특징을 꼽자면 수도 없이 많다. 그 중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 등 후천적인 노력으로 인해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키나 머릿결이나 머리숱 같이 본인의 노력여하와는 관계없이 선천적으로 주어진 신체의 특질을 가지고 우스개거리를 삼는 건 정말로 치사한 일이다. 아마도 해당 특징을 가진 당사자는 그게 내심 콤플렉스였을 확률이 크다. 타인을 고려하는 예의 같은 걸 전혀 모를 코흘리개시절부터, 짖궂은 친구들과 함께 보낸 학창시절까지 본인의 잘못도 아닌 이유로 괜시리 눈치를 보고, 기분이 찝찝하게 변명을 하곤 했을 것이다. 놀리는 사람도 상대방이 기분을 나빠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거다. 괜히 상대방이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불편하게 후벼파면서, 상대가 위축되거나 기가 죽거나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걸 보며 재밌어 하는 건 정말 철 없고, 가볍지만 악의적인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지켜줄 부분은 지켜주는 성숙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두고두고 좋다.

하하하 대머리가 뭐 어때서요? 멋있기만 한데

하지만 예의  없고, 철 없는 사람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로 수원지법에서 판결이 난 사례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에 관한 판결이다. 

[수원지법 2011. 1 .13. 선고. 2010고정3887, 판결 : 항소]

【판시사항】

피고인이 甲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온라인 게임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글을 올려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甲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 접속하여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글을 올려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甲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글의 내용 중 ‘촉’은 甲의 게임상 닉네임이고, ‘뻐꺼’는 ‘(머리가) 벗겨졌다’는 뜻의 속어인데, 피고인이 甲을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며, 물론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표현도 명예훼손죄로 의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 이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전문】【피 고 인】【검 사】

이은주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인터넷온라인 게임인 ‘리니지’에서 닉네임 ‘귀걸이’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누구든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평소 위 리니지 게임상에서 닉네임 ‘촉’을 사용하는 피해자 공소외인과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2010. 6. 8.경 부산 해운대구 (이하 생략)에 있는 ○○○○○호텔 프런트에서 리니지 게임에 접속하여 게임을 하는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게임 중 채팅창에 피해자 공소외인을 가리켜 ‘촉 뻐꺼, 대머리’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 기록 및 피고인의 법정 진술에 의하면 ‘촉’은 피해자의 게임상 닉네임이고, ‘뻐꺼’는 ‘(머리가) 벗겨졌다’는 속어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글의 내용이 과연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인지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해자를 대머리라고 불렀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가 실제로는 대머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말도 명예훼손죄로 의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그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 본건과 같은 경우를 유죄로 인정한다면 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명예훼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수민

 재미있는 내용이다. 리니지 게임을 하는데 게임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위 피해자가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했고, 그게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아서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살펴봄직 하다.

1. 피고인이 甲을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이는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리는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2. 신체적 특징을 묘사하는 표현도 명예훼손죄로 의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대머리’는 머리털이 많이 빠져 벗어진 머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이고 단어 자체에 어떤 경멸이나 비하의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3.  어떠한 신체적 특징이든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 유행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점

4. 이를 유죄로 인정할 경우 형사처벌의 무분별한 확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점

 요약 : 대머리는 머리가 벗겨졌단 뜻일 뿐, 그게 평가를 떨어뜨리거나 경멸 비하의 의미가 아니며, 대머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이걸 유죄라고 하면 아무나 다 처벌해야겠네!! 무죄! 땅땅

 이렇게 된 것이다.

왈가왈부, 쑥덕쑥덕

그래도 놀리지는 말자. 그런 걸로 놀리면 좋냐?

 이 포스팅을 봐서, 대머리라고 인터넷 상에서 놀리는 게 무죄판결이 난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채팅창에서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막 헤짚고 다니는 저열한 사람은 되지 않도록 하자. 대법원에서 판단된 사항도 아니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판례는 참고사항이지 법적으로 구속되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성을 띈 각 사안에서 다르게 판단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어떻게 어떤식의 표현이 단순 '대머리'라는 신체적 특징만을 언급한 게 아니고,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 될 수 있기 대문에 언제나 말조심, 입조심, 글조심을 해야할 것이다. 

 뭐 그리고, 인생이란 게 딱히 범죄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나쁘게 살아가는 게 목표는 아니잖는가? 법은 최소한이다. 예의와 도덕, 매너라는 걸 탑재하고 듣는 상대방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하며 살아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법적으로 드라이하게 해석해서, 신체적 특징일 뿐이라 모욕적인 게 아니다!라고 판단했을 뿐이지, 실제로 얼마나 기분이 나빴으면 법적 쟁송까지 하게 되었단 말인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놀림당해본 적이 없어 그 감정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역린을 건드리지는 말자. 만약 한 번도 놀림당해본 적이 없는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상처를 헤짚으면서 우월감을 맛보려는 저열한 짓거리는 더욱이 할 이유가 없으니 사람 사는 세상, 서로 웃으면서 비판을 하더라도 사안에 대해서만 하고,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비난, 조롱은 자제하도록 하자.


 법 전문가가 분석한 전문성 있는 글이 아니니 재미로 읽어주시기 바라며, 세상 모든 판례를 살펴봐서 만고의 진리라고 제시한 내용이 아닌, 하나의 사례를 들고온 것인 걸 유의해주시기 바란다. 법률 상담은 항상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지레 짐작하고 멋대로 판단하여 피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법은 법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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